군산시가 시민과의 약속을 저버렸다. 그것도 아무도 모르게. 수백억 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내세우며 수차례 용역과 주민설명회, 전문가 간담회까지 진행했던 ‘폐철도 관광트램 조성사업’이 공식적인 발표 한마디 없이 조용히 무산됐다.
시민 다수가 찬성했던 사업임에도 시는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사업을 접었고, 이후 어떠한 설명이나 사후 조치도 내놓지 않았다. 행정의 무능을 넘어 ‘무책임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경제성’ 핑계로 시민 의견 묵살
군산시는 2020년 “과거 수탈의 흔적을 미래 자산으로 바꾸겠다”는 구호를 내걸고 폐철도 관광트램 사업을 본격 추진했다.
시는 1단계 사업에만 약 480억 원을 투입하고, 향후 2‧3단계까지 약 1,500억 원을 추가 투자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며 시민들의 기대를 모았다.
군산지역 폐철도는 약 24km 구간으로 ▲부두선(해망동 수산시장~옛 군산화물역) ▲군산선(옛 군산화물역~대야역 부근) ▲페이퍼코리아선(옛 군산화물역~경암동 철길마을) ▲옥구선(군산선 분기점~산단인입철도 교차점) ▲장항선(대야역 부근~군산선 경계) 등 5개 노선으로 구성돼 있다.
시는 이 구간을 활용해 무가선 관광트램, 도시바람길숲, 문화광장 등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2022년 말, 시는 돌연 ‘경제성 부족’을 이유로 사업을 전면 백지화했다. 문제는 이 결정이 시민에게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청회도, 보도자료도, 설명회도 없이 사업은 조용히 사라졌다.
2021년 시민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8%가 사업 추진에 찬성했고, 특히 폐철도 관광트램 설치를 가장 선호했다. 그럼에도 시는 이를 단순한 절차상의 형식으로만 취급하며 사실상 시민 의견을 외면했다.
■ 도시바람길숲과의 연계마저 끊겨
사업 무산의 여파는 현재 추진 중인 ‘도시바람길숲 조성사업’에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도시바람길숲은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도시 열섬현상 완화와 시민 휴식공간 제공을 위해 조성 중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폐철도 구간과 자연스럽게 연결돼 ‘생태+관광+역사’를 아우르는 대표 도시재생 모델로 발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트램 사업이 백지화되면서 연계 축이 끊기고, 공간적 연속성은 무의미해졌다. ‘하드웨어만 짓고 끝나는 도시계획’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 ‘시민 중심 행정’ 구호는 어디로 갔나
시는 그동안 ‘시민 중심 행정’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번 폐철도 사업의 백지화 과정은 그 구호가 얼마나 공허한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시민 다수가 원했던 사업을 ‘경제성’이라는 모호한 이유로 중단하고도 아무런 설명조차 내놓지 않는 행정은, 시민을 파트너가 아닌 방관자로 여기는 전형적인 전시행정의 민낯이다.
시는 이번 사태를 단순히 ‘경제성 부족’의 문제가 아닌, 시민과의 신뢰를 무너뜨린 무책임 행정의 결과로 받아들여야 한다. 도시재생은 단순한 공간 정비가 아니라, 시민과 함께 미래를 그려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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