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가 내년(2026년)부터 3년간 시 재정을 맡게 될 차기 금고 선정 절차에 돌입했다. 시는 지난 19일 공고를 통해 제1금고(일반회계)와 제2금고(특별회계·기금) 등 2개 금고를 공개경쟁 방식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사전설명회는 지난달 29일 열렸으며, 제안서 접수는 오는 9월 11~12일 양일간 진행된다. 차기 금고 약정 기간은 2026년 1월 1일부터 2028년 12월 31일까지 3년이다.
■ 금고 선정 심사, 점수 체계 사전 공개
시는 금고 선정 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평가 항목별 배점을 사전에 공개했다. 심사는 총 100점 만점으로 진행되며, ▲신용·재무 안정성(27점) ▲대출·예금 금리(20점) ▲주민 이용 편의성(21점) ▲금고 업무 관리능력(25점) ▲지역사회 기여 및 시와의 협력(7점) 등으로 구성된다.
시는 또한 허위·부정 자료 제출 시 0점 처리 방침을 명시하며 공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고 밝혔다. 공고일 기준 군산에 본점 또는 지점을 둔 모든 금융기관의 참여가 가능하다.
■ 특정 은행 독식?…“현실이 만든 불가피한 구조”
지방자치단체 금고는 단순한 예금 계좌가 아니라, 세입·세출, 정책자금, 공무원 급여 등 수천억 원대 공공자금을 집행하는 지역 재정 허브다.
하지만 실제 금고 지정 과정에서는 ‘특정 은행 독식’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편중 현상으로 보긴 어렵다고 지적한다. 시스템·자본력·인력을 갖춘 은행이 제한적이다 보니, 대형은행 중심의 구조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는 지난 2023~2025년 금고 지정에서도 NH농협은행(제1금고)과 전북은행(제2금고) 체제를 유지했다. 이는 ‘독식’이라기보다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현실적 선택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 금고 경쟁, ‘고금리+사회공헌’ 전쟁
은행들은 금고 유치를 위해 공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예금·대출 금리 인상은 물론, 사회공헌 기부금과 시민 편의 서비스 강화를 경쟁적으로 내세우는 추세다.
2024년 기준, NH농협은행은 약 1조 8,200억 원을 운용해 150억 원의 이자를 시에 지급했고, 전북은행은 4,605억 원을 운용해 65억7,000만 원을 이자로 납부했다. 또한, 별도로 약속한 협력사업비는 농협 10억 원, 전북은행 5억9,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단순히 예금 금리 경쟁을 넘어, 지역사회 환원 효과가 금고 선정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군산시 “안정성 확보가 최우선”
군산은 조선업 침체 이후 산업 전환기에 놓여 있다. 이에 따라 공공자금 운용의 안정성 확보가 지역경제 회복력과 직결되는 만큼, 대형은행 중심 구조가 당분간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심사 절차의 투명성을 강화하면서도, 지역 금융기관 역량을 고려하면 대형은행 참여를 배제하기 어렵다”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시는 이번 공모에서 평가 지표와 배점을 사전에 공개하고, 부정 자료 제출 시 즉시 0점 처리를 명시했다. 이는 기존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신뢰도를 높이려는 노력으로 평가된다.
■ 정부, ‘투명성 강화’ 압박…변화 예고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 주재 ‘나라 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지방 금고 제도의 구조적 문제가 공식적으로 언급됐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대부분 지방자치단체 금고가 특정 대형은행에 편중돼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금고 계약 내용과 금리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라고 지시하며, 정부 차원의 전수조사를 주문했다. 이에 따라 전국 지자체 금고 선정 과정에서 투명성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다만, 투명성과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 지역 여건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 향후 과제: 다양성과 지역성 확대
일부 지자체들은 금고 선정 기준에 시민 편의성, 녹색금융 실적, 디지털 뱅킹 인프라 등을 포함하며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시 역시 이번 공모에서 이러한 요소를 얼마나 반영하느냐가 향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고 지정은 단순히 “어느 은행이 맡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시민 세금과 공공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면서, 동시에 지역경제에 환원 효과를 극대화하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핵심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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