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가 지난 2일, 국가관리무역항인 군산항의 명칭을 ‘새만금항’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항만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군산시와 시민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해수부는 새만금 신항이 내년 준공됨에 따라 국제 항만으로서 선박 출입 및 수출입 화물 처리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무역항 지정을 추진 중이며, 이에 따라 항만 명칭과 위치, 구역 등을 반영해 시행령을 개정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개정안에 중앙항만정책심의회가 결정한 통합 항만 명칭으로 ‘새만금항’을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군산시와 시민들은 “군산항이라는 이름은 단순한 행정 명칭이 아니라, 126년 역사의 상징”이라며, 정부에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행정 편의가 아니라 군산의 역사와 정체성, 나아가 미래를 흔드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 126년 역사, 한순간에 지울 것인가
군산항은 1899년 개항 이래, 126년간 전북 서해권 해운·물류의 중심지였다. 근대 개항기, 일제강점기의 수탈의 아픔, 산업화, 새만금 개발 등 격동의 세월 속에서 군산항은 군산의 흥망성쇠를 함께해 온 살아 있는 역사다.
군산항이라는 이름은 단순한 항만 명칭이 아니다. 그것은 군산 시민의 정체성과 자존심을 상징하는 이름이며, 세대와 세대를 잇는 뿌리다. 정부가 새만금 개발 전략을 이유로 이 이름을 없애겠다는 것은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 군산의 정체성과 역사를 지우는 행위다.
■ 군산시가 싸워야 하는 이유
해수부의 이번 입법예고는 전국적 명명 관례에 어긋나는 결정이다. 전국의 국가관리항은 대부분 지역명 중심으로 명명된다. 실제로 부산항, 인천항, 여수항, 목포항, 포항항 등에서 예외를 찾기 어렵다. 따라서 ‘군산항’이라는 이름을 유지하는 것이 상식이며 원칙이다.
시는 해수부의 취지를 존중하는 선에서,‘군산새만금항’이라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이는 새만금 개발의 가치도 살리고, 군산항의 역사와 브랜드도 지킬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다. 정부가 이를 거부할 명분은 없다.
명칭 변경은 해운업계, 무역상, 기업, 행정 전반에 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수십 년간 축적된 브랜드 인지도와 해운 네트워크를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결국 군산 시민과 기업에 피해로 돌아올 것이다.
군산항은 시민들에게 자부심과 정체성을 부여해온 상징적 존재다. 시민의 동의 없는 일방적인 명칭 변경은, 곧 군산을 군산답게 만든 역사와 문화를 부정하는 행위다.
■ 군산시민이 분노해야 하는 이유
정부는 ‘행정 효율성’과 ‘브랜드 가치 제고’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군산항을 지우는 명칭 변경이 과연 군산에 어떤 실질적 이익을 주는가에 대한 신중한 검토와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새만금 개발이 중요하다면, 그 가치를 높이는 방법은 군산항과 새만금을 함께 키우는 방식이어야지, 군산을 지우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군산항이라는 이름을 잃는 것은 곧 군산이라는 도시의 위상을 잃는 것이며, 군산 시민의 자존심을 잃는 일이다. 군산항은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이며 미래다.
40일간의 입법예고 기간은 군산항을 지켜낼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군산시는 정부에 강력한 의견서를 제출하고, 군산시의회와 함께 공청회 개최, 시민 서명운동, 범시민 대응 TF 구성 등 총력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군산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가 모여야 한다. 여론이 곧 힘이다. 군산항을 지키는 일은 단순히 이름 하나를 지키는 싸움이 아니다. 군산의 역사, 정체성,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지키는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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