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패션 1번지’로 불리며 군산 상권의 중심지였던 영동상가는 수십 년에 걸친 침체기를 극복하지 못한 채 여전히 깊은 정적에 빠져 있다. 수십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다양한 재생사업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공실률 심각’, ‘임대 안내문 속출’이라는 문구가 걸린 텅 빈 상가와 불법주차 차량들만이 이곳을 찾는 이들을 맞는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군산시가 새로운 도시재생 공모사업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은, 무너진 상권 회복을 위한 작은 희망의 불씨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현실은 ‘폐업’과 ‘임대’의 거리
시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영동상가 일대의 현재 공실률은 약 80%에 달하며, 이에 따라 대부분의 점포가 임대 중인 상황이다. 주말에도 사람 찾기 힘든 이 거리는, 더 이상 ‘군산의 중심’이었던 시절을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침체돼 있다.
지역 주민들조차 “이곳이 정말 그 영동상가가 맞나 싶다”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으며, 상인들 역시 “청춘의 추억이 남아 있는 공간이지만, 이제는 건물주·상인·행정이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라고 입을 모은다.
■ 그동안의 도시재생사업은 왜 실패했나?
시는 지난 10여 년간 영동상가를 살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왔다. 2008년 ‘아름다운 거리 조성사업’에 선정돼 20억 원 규모의 물빛거리 조성 및 지중화 사업을 추진했고, 2018년 이후에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통해 총 30억 원 이상을 추가로 투자했다.
주요 사업으로는 ▲도시가스 공급(3.3억 원) ▲하수관 정비(27.4억 원) ▲100년 역사거리 재생(2.4억 원) ▲청년일자리 연계 상가 조성(2.2억 원) ▲노래자랑·프리마켓 등 지역행사(4.8억 원) 등에 예산을 들였다.
문제는 이러한 시도들은 일시적인 활력을 불어넣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상권의 구조적 쇠퇴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청년상가 조성 이후에도 점포 유지율이 낮았고, 대부분의 사업이 인프라 중심 또는 이벤트성에 그친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 새로운 공모사업… “이번에는 다르다”
시는 이번에 ‘중앙동 2구역 도시재생 지역특화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공모를 준비 중이다.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이 사업은 ‘결혼까지 생각했어~’라는 콘셉트로 기획됐으며, 중앙동 9-3번지 일원을 대상으로 2026년부터 2029년까지 4년간 진행될 예정이며, 총 사업비는 250억 원(국비 150억 원, 전북도비 25억 원, 군산시비 75억 원) 규모이며, 대상 면적은 약 18만682㎡에 이른다.
특히, 이 사업은 기존 영동상가뿐만 아니라 인근 가구거리 등까지 포함해 사업 범위를 확대했으며, 이번에는 단순한 물리적 정비가 아닌 ▲상권 구조 개선 ▲문화·관광 자원 연계 ▲창업 인큐베이팅 플랫폼 구축 등 지속 가능한 경제 생태계 조성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시의 한 관계자는 “기존의 단기성 이벤트나 인프라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상권 생존 전략을 바탕으로 기획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 시민의 삶이 깃든 공간… 이번엔 달라질까?
영동상가는 단순한 상업공간이 아닌, 군산 시민들의 삶과 기억이 켜켜이 쌓인 상징적인 공간이다. 전문가들은 “영동상가가 과거의 모습을 단순히 되살리는 데 그쳐서는 안 되며,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받아야만 생존할 수 있다”라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과거 패션 중심지 이미지를 활용한 복고형 문화 콘텐츠 ▲청년 창업 플랫폼 ▲예술공방 거리 ▲소규모 공연 및 전시가 가능한 커뮤니티 공간 등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시는 이번 공모사업을 통해 단순한 재개발이 아닌, 도시 정체성과 지역 공동체가 함께 살아나는 지속 가능한 재생 모델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지역사회 역시 이번 사업이 과거 실패의 반복이 아닌, 진정한 변화의 시작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 사업이 공모에 선정돼 성공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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