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은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도시다. 근대 문화유산, 바다, 수제 맥주, 짬뽕, 그리고 시간여행이라는 스토리까지 갖췄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렇게나 많은 콘텐츠가 있는데, 왜 관광은 제자리인가? 왜 사람들은 군산을 ‘한 번 들렀다 가는 곳’쯤으로 기억하는가? 해마다 축제 예산 수십억 원이 투입되고, 크고 작은 문화행사가 끊이지 않지만, 실질적인 관광객 체류 증가는 없다. 문제는 단순하다. 문화와 관광이 ‘각자도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 예산 들이고도 ‘효과 없음’ = 콘텐츠는 넘치지만, 관광객은 스쳐간다 군산시간여행축제, 수제맥주&블루스페스티벌, 짬뽕페스티벌 등은 이름만 보면 충분히 매력적이다. 하지만 축제는 끝나면 그뿐이다. 콘텐츠는 쌓이는데, 관광 상품은 없다. 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군산의 연간 관광객은 2020년 2,153만 명에서 2024년 2,562만 명으로 단 400만 명 남짓 증가했다. 매년 수억 원씩 예산을 쏟아붓고도, 관광지로서의 경쟁력은 정체 상태인 것이다. 가장 뼈아픈 비교는 ‘대전 0시 축제’다. 군산시간여행축제보다 무려 10배 이상의 예산이 투입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310만 명 vs 16만 명’이라는 관광객 수는 군산 축제가 어떤 ‘확장성 결핍’에 시달리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콘텐츠는 있지만, 전략이 없다.
■ 문제는 콘텐츠가 아니라, 연결이다. = 지금 군산이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연계 부재’다. 콘텐츠는 풍부하지만, 이를 관광객의 동선이나 숙박, 체험, 소비와 연결시키는 전략이 부실하다. 대부분의 축제는 지역민 중심의 단발성 행사로 끝나며, 지역 외부 관광객을 유입시키거나, 그들을 머물게 만들 동력이 없다. 문화는 관광과 유기적으로 설계돼야 한다. 그러나 군산은 여전히 ‘문화는 문화대로’, ‘관광은 관광대로’ 움직인다. 정책은 분절돼 있고, 조직은 따로 놀며, 콘텐츠는 흩어진다. 이런 구조로는 아무리 좋은 아이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 안동과 강릉은 되고, 군산은 왜 안 되나? = 경북 안동은 ‘탈문화’를 중심으로 야간 체험, 마을 관광, 축제, 박물관을 하나의 관광 루트로 묶었다. 강릉은 ‘커피’라는 일상적인 테마 하나로 전국에서 가장 감성적인 관광도시로 탈바꿈했다. 이들이 성공한 핵심은 단순하다. 콘텐츠를 테마화하고, 체험형 코스로 설계하고, 지역민이 직접 참여하도록 유도했다는 점이다. 군산도 할 수 있다. 아니, 이미 충분한 자원을 갖고 있다. 문제는 ‘기획’과 ‘통합’이다. 지금처럼 일회성, 단절적, 관행적인 방식으로는 결코 반등할 수 없다.
■ 군산문화관광재단, 구조적 전환 이룰 수 있을까? = 2024년 새롭게 출범한 군산문화관광재단은 이런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집을 마지막 기회다. 문화와 관광을 하나의 조직 안에서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통합한 만큼, 이제는 결과로 보여줘야 할 때다. 이미 ‘지역 주도형 관광서비스 강화사업’과 ‘생활밀착형 문화예술교육 사업’ 등 국비 사업에도 연이어 선정됐다. 하지만 사업 선정이 곧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지금 필요한 건 숫자가 아니라, 구조의 변화다. 하나의 이야기가 도시 전체를 묶고, 하나의 콘텐츠가 관광객을 머무르게 해야 한다.
■ 문화는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경험’이어야 한다. = 문화는 관광의 목적지가 아니다. 관광을 이끄는 시작점이자 동력이어야 한다. 군산의 문화 콘텐츠가 관광객의 이동, 체류,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정교한 축제도 무용지물이다. 보는 데 그치지 않고, 경험하고, 연결돼야 한다. 지금 군산에 필요한 건 단 하나의 질문이다. “지역의 문화 자산을, 어떻게 관광의 동선 속에 녹여낼 것인가?”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군산의 축제는 앞으로도 예산만 삼키는 장식에 그칠 것이다. 결국, 문화와 관광, 지금처럼 따로 가면 끝이다. 더 이상 시간은 없다. 지금처럼 ‘각자도생’하는 방식으로는 문화도, 관광도 살아남지 못한다. 진짜 혁신은, ‘같이 가는 것’이다. 문화와 관광이 하나의 시선으로 도시를 바라볼 때, 군산은 다시 걷기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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