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도시재생이라는 이름 아래 추진되는 군산시민문화회관 재탄생 사업이 기대와 우려 속에서 출발선을 넘었다. 부지를 제외하고도 158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지역 경제와 공동체 회복이라는 대의가 내걸렸지만, 공공성과 성공적인 운영에 대한 우려와 기대를 함께 받고 있다. 특히, 건축 유산의 부활, 민간 창의성의 유입, 지역 문화 생태계의 활성화를 약속하지만, 공공자산이 민간 손에 장기간 맡겨지는 구조적 허점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이에, 성공적인 문화와 도시재생을 위해 시민이 낸 세금으로 조성된 공간이 누구의 이익을 위해 활용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질문과 철저한 감시가 요구되는 한편, 안정화 단계 도달하기까지 적극적인 협의와 협조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방치 유산의 화려한 재단장… 수익성 vs 공공성, 충돌은 시간문제
시민문화회관은 故 김중업 건축가의 유작으로, 역사적 가치를 지녔음에도 10년 넘게 방치됐다. 이 과정에서 매각 또는 철거가 논의됐지만, 결국 재건축이 선택됐다. 이는 기능 회복을 통해 쇠퇴한 상권을 되살리고, 시민문화회관의 건축학적 가치를 재조명하며, 군산예술의전당과는 차별화된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지역 재성장의 거점으로 삼기 위한 결정이었다.
군산시는 이 사업을 도시재생 인정사업으로 전환하고, 민간법인인 ㈜커넥트군산과 장기 운영 계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이 ‘협력’의 깊이에 있다. 현재 조건으로는 해당 민간단체가 공공자산을 20년 가까이 사용하면서도 연간 4,000만 원 수준의 낮은 사용료만 지불하는 구조다. 도시재생법과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따라 결정된 조건이라 해도, 이 같은 계약에 의문이 남는다.
문화와 도시재생이라는 이름 아래 진행되는 이 사업이 진정 시민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민간 이익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비판은 사업 초기부터 제기되고 있다.
아직 사업이 본격화되지는 않았지만, 공공성보다 민간 수익성에 초점이 맞춰 운영된다면 시민의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공공성을 앞세워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도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다. 그동안의 민관협력 사례들을 보면 공공성과 수익성 간의 충돌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특히, 감시 체계가 느슨하거나 계약 조건이 불공정할 경우, 민간은 수익을 취하고, 공공은 책임만 떠안는 기형적 구조로 전락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우려가 아니라, 이미 다른 지자체들에서 반복된 실패 사례가 적지 않다.
결국, 시민문화회관이 문화와 도시재생이라 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공공성과 수익성을 위한 장기 비전을 포함한 대책 마련이 먼저 나와야 하는 이유다.
■ 문화 공간은 공공의 자산… 운영 평가 모호는 무책임
이 시점에서 우려되는 또 하나는 운영 성과에 대한 정기적 평가와 사업 회수 조건 등이 다소 모호하다는 점이다. 시민 자산을 민간이 장기간 운영하면서도, 이에 대한 평가 시스템이 느슨하거나 모호하다면, 그것은 행정의 직무유기이자 시민 권리의 박탈이다.
시는 시민문화회관 운영자와 기본 10년에 5년 단위로 두 차례 연장할 수 있는 최장 20년 계약을 체결했다. 사업 초기에는 의무 운영 기간 2년, 시범 운영 3년을 포함해 5년 차에 조기 종료도 가능하다고 명시했지만, 실제로는 사업자가 자진해서 운영을 포기하거나 명백한 귀책 사유가 없는 한, 당초 계약대로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거듭 지적되는 문제점은 책임 있는 거버넌스 없이 ‘협력’만 강조하는 구조는 결국 책임은 공공이, 이익은 민간이 가져가는 일방적 형태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구조는 반드시 재점검돼야 하는 이유다.
문화 공간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다. 그것은 지역 정체성과 공동체의 가치를 담는 그릇이다. 이 공간이 시민의 손에서 멀어지고, 사적 운영의 논리에 휘둘리게 된다면, 우리는 또 다른 형태의 문화적 방치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민관협력은 가능성 있는 모델이지만, 그것이 곧 신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신뢰는 철저한 감시와 책임 분담에서 비롯된다.
이와 관련해 시의 한 관계자는 “다음 달 개장을 앞두고 다양한 사항을 점검하고 있으며, 운영 성과에 대한 정기적 평가도 포함돼 있지만, 운영이 부실하게 나타날 경우 정도에 따른 조치가 뒤따르겠지만, 사업 회수 등 구체적 대책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 지금 필요한 건 ‘적극적인 시민 개입’과 ‘책임 있는 행정’
시는 이 사업을 도시재생의 대표 사례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단순히 민관이 협력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지속 가능한 성과를 이루기 위해서는 책임을 공유하고, 시민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는 과정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다시 말해, 이 선언이 공허한 외침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이 순간부터라도 시민 참여와 강력한 공공 감독 체계 구축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문화재생 사업은 결국 또 하나의 ‘공공성 포기’ 사례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
민관이 협력하는 모델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지만, 제도적 장치 없이 민간에만 의존하는 방식은 매우 위험하다. 문화 공간은 시민의 공공자산인 만큼, 민관, 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거버넌스 체계가 필요한 이유다.
(주)커넥트군산 의 한 관계자는 “시민회관을 비롯해 문화재생이라는 이름 아래 추진되는 다양한 사업들이 현실적으로 성공하기 어려운 사업이지만, 다양한 프로그램 등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갈 예정”이라며, “다만, 제도적인 미흡점이 있어 운영에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군산시와 (주)커넥트군산, 운영협의체 등이 긴밀하게 안정화 단계에 도달하기까지는 적극적인 협의와 협조가 더욱 절실하다”라며, “이를 통해 시민회관이 성공적인 문화재생 사업의 모델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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