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회복을 위해 투입된 혈세가 지자체와 공공기관의 안일한 행정 편의주의와 시스템 미비로 인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군산시와 한국조폐공사의 무책임한 행정 속에서 시민의 권익 침해는 물론, 정부의 핵심 경기 부양 정책 취지마저 정면으로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고유가 피해 지원금을 ‘군산사랑상품권’으로 수령한 시민들은 결제 현장에서 황당한 경험을 하고 있다. 유효기간이 오는 8월 말까지로 불과 3개월 남짓 남은 지원금을 먼저 소진하기 위해 지역화폐를 사용했으나, 정작 차감된 것은 유효기간이 5년이나 남은 본인의 기존 군산사랑상품권 충전금이었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유효기간이 임박한 포인트가 우선 차감돼야 함에도 결제 시스템은 정반대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시민들은 “기간 내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지원금부터 차감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지만, 군산시와 조폐공사는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군산시 관계자는 “지난해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개개인이 군산사랑상품권에 설정해 놓은 결제 순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새로운 지원 정책이 도입될 때마다 시스템을 점검하고 보완해야 할 행정기관이, 과거의 설정값을 핑계로 명백한 직무유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시는 이러한 결제 우선순위에 대해 시민들에게 어떠한 사전 고지나 알림도 제공하지 않았다. 사실상 ‘깜깜이 행정’으로 시민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재산권을 침해한 것이나 다름없다.
현재 시의 시스템처럼 기존 상품권을 모두 소비해야만 지원금이 차감되는 구조는, 시민들에게 원치 않는 과소비를 강요하거나 기한 내 지원금을 쓰지 못해 혜택을 포기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결제 시스템 운영 주체인 한국조폐공사의 해명은 충격을 더하고 있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지원금을 우선 사용하도록 설정할 수는 있다”면서도, “과거 일부 사용자가 자신의 선택권과 관련해 민원을 제기한 바 있어, 지원금이 일괄적으로 먼저 차감되도록 설정하지 않았다”는 이해하기 힘든 해명을 내놨다. 민원이 두려워 유효기간이 짧은 지원금 소진을 시스템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더욱이 이 관계자는 “정부에서 이와 관련한(재난지원금 우선 사용) 어떠한 지시도 없었으며, 군산시를 비롯해 지역상품권을 발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지자체도 설정 관련 문의가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취재진에게 ‘관련 사안으로 더 이상 문의하지 말라’는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소극 행정은 고물가와 경기 침체로 고통받는 서민들의 실질 소득을 보전하고, 단기간 내 소비를 진작시켜 지역 경제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정부의 민생회복 지원금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처사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민생 우선의 가치가 일선 현장의 안일함과 궤변으로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며, “군산시와 조폐공사는 즉각 시스템을 바로잡고, 시민들의 소중한 지원금이 단 1원도 헛되이 사라지지 않도록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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